작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말하기엔 조금은 부끄럽지만, 5월에는 동문 전시도 했다.
이렇게 그림을 다시 시작하게 된 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었다.
건강에 문제가 생기고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게 되면서
생각을 멈추고 싶거나,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그리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사실, 외로워서 그림을 그렸다.
지금은 친구들과도 가끔 연락을 하고 만나기도 하니
많이 외롭지 않아서 그림을 드문 드문그리지만
그림을 다시 시작한다고 말을 할때
용기가 필요했다
휘리님의 그림은 나에게 용기를 얻게 한 그림이다.
나는 그림을 그리는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으나
동생 에쓰는 나에게 그림을 그려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보여준 것이 휘리님의 그림이었다.
휘리님의 그림을 보고 세수를 막 한 소녀의 말간 얼굴을 보는 것처럼
마음에 눈물이 멍울 멍울 드리우는 것 같아
며칠을 보고 또 보았다.
그림에 있는 곳들이 언젠가 내가 있었던 장소들 같다
심지어 내 마음속에 늘 그리던 장면도 있었다.
그렇게 나는 휘리님의 팬이 되어
명동성당에서 잠깐 전시를 했을때 처음으로 보긴했지만 다른 작가님들의 그림과 함께있다보니
집중도가 조금은 떨어져서 아쉬웠다
그러던 어느 게으른 주말, 인스타에 휘리님의 전시를 한다는 피드를 보고 바로 가기로 했다.
을지로역은 주말 저녁 무서우니 똘군을 데리고 갔다.
생각보다 외진 곳에 있었다.
여기가 맞나? 여기가 진짜 맞나 하면서 가다 보면
뒷골목이 있다
삼겹살을 구워먹는 사람들 사이로 꿋꿋하게 걸어가가보면 더 외진 건물이 나오고
계단을 걷다보면아 여기가 전시를 하는 것 같다는
느낌적 느낌이 드는 빈티지하게 꾸며진 공간을 찾을 수 있다
이런 묘한 곳에서 전시를 하다니
힙하니깐 무섭지 않은척을 한다.
그리고 힘내라는 글귀에,,
정을 느끼면서
나는 전시를 보러 온게 아니라
계단을 등반하러 왔다고 생각하면ㅋ
전시장에 도착한다
잠깐 정신이 들어
바깥 야경을 찍어보았다
을지로 뭔가.,,, 밤엔 후미진 차이나 타운같아요
여자 혼자는 가지마세요 무서웜 흑흑
너무 급작스럽게 온 전시려서
다른 작가분들이 있는 줄 도 모르고 갔는데
휘리님 말고도 두분 작가님의 전시가 있었다
드뎌 그림이다! 이런 과한 빈티지. 좋아,,,
오래된 할머니 집 온줄
이런 러프한 느낌의 방에서 휘리님의 그림이 전시되어있었다.
휘리님의 자유 로운그림과
자연스러운 벽의 오래된 느낌이 찰떡 궁합이었음 ~
이날 매우 습했는데,,, 에어컨이 빵빵한데다..
휘리님 그림에 둘러 쌓여 있으니 숲속에서 온 기분이다
방 같은 공간에 그림과 나만 있으니 더욱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전시설명을 읽기도 전에 나는 이렇게나 귀여운 그림을 찾아냈다
저 꼬맹이는 저기서 무얼 하고 있는걸까
손바닥 만한 그림
그래서 더 귀여운 그림
내마음속에 있는 아이 같은. 그림
그래! 이건 소풍에서 보물을 찾았을 때 기분이다
휘리님의 드로잉북이 있었다
아이디어스케치 같은 느낌의 드로잉북이었다.
80프로 정도 채워져있었는데
뭔가 꾸준한 느낌이다
노트도 아주 좋은 종이는 아니다.
휘리님은. 편안한 면티셔츠같다
그럼에도 그림이 가볍지만은 않다.
조용한 나무그림 한장과
콘센트도 느낌있어보여서 찰칵~
빨간 네온빛이 특이했던 다른 분의 작업
그림과 달리 왠지 착실하실 것 같은
꼼꼼함이 그림에 서려있다.
온통 블랙으로 되어있는 방의 전시
톰과제리를 연상하는 듯한 영상이었다.
심지어 이방에는 침대가 있다.
나는 휘리님의 그림을 보러 갔지만
다른 작가님의 그림들도 짜임새가 있어서
꽤나 괜찮은 전시였던 것 같다
을지로라는 동네 특유의 밤의 삭막함 속에
있는 반짝이는 반딧불 같은 전시가 아니었나싶다
운이 좋게 휘리님도 만났다
팬미팅의 현장이었지ㅋㅋ
우리집 냉장고 벽에 이렇게 고이 모셔져 있다
헤헤
a sahde is under your seat
입장료 3000원
장소 을지로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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